2017년 7월 18일 화요일

호접란


무더워서 밖에 나가지 못하고 방안에서 농업인력포털에서 진행하는 온라인 교육을 듣고 있다. 오늘 듣고 있는 내용은 [ Start up! 청년 농업 스타 되기! ]라는 과정으로 20시간짜리 교육이다.

딸기로 귀농에 성공한 사람, 포도로 귀농에 성공한 사람 등등 열대여섯 가지의 성공사례들이 나온다. 방금 시청한 부분은 화훼로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였다. 호접란을 육묘하여 나름 잘 나가는 여성 창농(創農)인이셨다. 이 자료가 만들어진 것을 전후 문맥과 자료를 통해 추산해보니 2011년경이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작년 김영란법 시행 이후로 우리나라 화훼산업은 멸절되었다고 본다. 그 사장님도 직격탄을 맞고 망했을 것이다. 화훼농가 살리자고 김영란법을 무를 수는 없는 것일 터이니 앞으로의 비전도 없다고 봐야 한다. 열심히 노력했고, 한 때 승승장구 했지만 그는 지금 실패자의 모습일 것이다.

이렇듯 어떤 일에서의 성공과 실패가 자신의 의지와 노력에만 달려 있지 않음을 자주 목도하게 된다. 시대와 사회와 정책의 변화는 예측할 수 없으면서도 엄청난 파괴력을 가지고 우리의 삶을 휘두른다.

강화도 출신의 한 엔지니어 이야기가 생각난다. 공부를 제법 잘 해서 서울대를 들어갔고, 부모님들은 조상 대대로 내려오던 논밭을 팔아 학비를 댔다. 그러나 엔지니어를 우대하던 시대가 지나가고, 희소가치조차 떨어지자 그의 삶은 성공했다고 할 수 없는 것이 되었다. 그의 친구 하나는 공부를 못해서 일찌감치 물려받은 땅에 농사를 짓고 있었고, 세월이 지나 땅값이 수백 배 올라서 재벌에 견줄만한 재력을 갖고 성공한 사람으로 대접을 받으며 산다는 것이다.

나는 땅도 구입했고, 건축을 할 예정이며, 호구지책도 마련하는 등 본격적인 귀촌을 실행하고 있다. 10년 혹은 20년 후에 나는 안도하고 있을까? 아니면 절망하고 있을까? 자못 마음이 무거워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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