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27일 화요일

귀경

한 달여 떠나 있던 집에 다녀왔다. 나주역까지 가서 차를 주차하고 KTX를 타고 올라갔는데, 광명역까지 두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공간이 점차 확장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실감되었다.
 
다행스럽게도 별다른 탈 없이 주변의 모든 일이 잘 돌아가고 있었다. 교환할 때가 된 프린터 청색토너를 갈아주고, 지인의 생일파티에 참석해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소비문화에 의하여 길들여져 사육되고 있는 동료 인간들의 모습을 코스트코에서 보았으며, 그간 못 먹었던 술도 넉넉히 먹고 돌아왔다.
 
한시적인 시골생활을, 나야 내가 좋아서 한다지만, 안사람은 졸지에 남편 없이 두 아들을 관리해가며 집을 지켜야 했다. 잘 버텨주고 있어서 고마운 마음이 크다. 아직도 두 달이나 남았다.
 
왜 내 눈에는 도시생활의 거의 모든 것들이 마땅찮게 보이는 것인지 모르겠다.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불평등, 단절, 무관심, 이기심, 소외, 불신, 기만, 자아도취, 자의식상실, 자기합리화, 불안, 낭비 등과 같은 단어들이 도시와 도시사람들과 도시생활을 떠올릴 때마다 떠올랐다. 제법 잘 나가던 나의 도시생활을 설명하려면 저 혐오스러운 단어들이 얼마나 쓰여 져야 할까? 나의 기행은 시골이 좋아서라기보다는 도시가 싫어져서 시작된 듯싶다.
 
이것도 하나의 과정일 것인데, 끝자락 즈음에서의 내 모습은 어떠할까?

집 창문을 열고 세 장의 사진을 찍어 편집 했다. 청계산위로 아침해가 솟는다.

 

2017년 6월 21일 수요일

모기

시골생활이 꺼려지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고, 벌레는 그 중에서 몇 위 안에 들어간다. 벌레 중에서도 모기는 내게도 정말 끔찍하게 싫다. “애앵~~~”하는 소리와 함께 몸 주위를 돌며, 빈틈을 노리는 모기. 

파리는 파리채 하나만 있어도 어느 정도 극복이 가능한데, 모기는 그렇게 되지 않고, 약을 뿌리거나, 모기향을 피우거나 해야 하는데 나는 모기약과 모기향을 매우 싫어한다. 그래서 결국 모기를 손으로 때려잡거나 모기장 속으로 도망가는 방법을 택한다. 

시골생활한지 한 달이 조금 넘었는데, 그간 모기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숙소에 모기가 한 마리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급기야 간밤에 자고 일어나니 손등 쪽에 한  방 물린 자국이 있었다. 숙소 입구에 자석을 이용해서 편하게 여닫을 수 있는 모기장문을 설치한 덕분에 그간 안전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어디로 들어왔는지 알 수가 없다. 


저녁을 먹고 숙소의 불을 끄고, 모니터 앞에 앉아서 컴 작업을 했다. 여느 때와는 다른 목적이 한 가지 있는 의도적인 행동이었다. 모기를 잡는 것이었다. 모니터의 불빛이 모기를 유혹하고, 모기가 가시권에 들어오면 손바닥을 날려 모기를 잡고자 했다. 



두 마리. 엄청난 성과다. 두 번째 모기를 잡고, 약 30여분 째 모기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늘 저녁은 마음 편히 잘 수 있을 것 같다. 침대와 기본적인 생활공간을 감쌀 수 있는 사각형의 대형 모기장을 이미 사 두었다. 좀 지내보다가 손바닥 공격으로 감당이 안 될 지경이 되면 사용해야 하리라. 


스프레이식으로 뿌리는 모기약은 정말 쓰지 말아야 하는 독약이라고 생각한다. 몸에 뿌리는 스프레이 모기 차단제도 맘에 내키지 않는다. 모기향은 불을 붙여 쓰는 것이든 전자식이든 몸에 해롭다고 생각한다. 집에 모기가 들어오지 못하게 관리해야 하겠고, 자는 동안 공격당하지 않도록 모기장을 쓰는 것이 좋겠다. 

*오늘은 ‘난민의 날’이라고 한다. 난민 문제가 어서 해결되기를 기원한다. 
*오늘은 낮의 길이가 가장 긴 날인 ‘하지(夏至)’다. 


2017년 6월 19일 월요일

화덕의 귀환

땅이 구해지면 집을 지어야 한다. 수년째 시간이 되는대로 다양한 집의 모양과 구조와 기능에 대하여 공부를 해 오고 있다. 건축에 있어서 난방은 중요한 부분이다. 해남으로의 귀촌을 생각하게 된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도 이곳이 따뜻하다는 점이였다.
 
요 며칠 동안 읽은 화덕의 귀환이라는 책에서 난방과 관련되어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많이 얻었다.
 
건축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것이 여러 가지 있겠지만,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기능이다. 그리고 나를 위해 집이 존재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잔디밭을 만들어 놓고 그것을 유지하느라 고생하는 사람도 많고, 넓은 데크를 만들어 놓고도 유지보수가 안되어 활용을 잘 못하는 사람도 많고, 넓은 땅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잡풀 관리를 못하여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고, 멋진 집을 가지고도 난방비 때문에 춥게 지내는 사람도 많다.
 
기술이 많이 좋아졌다. 새로운 소재들도 다양하게 개발되었다. 창호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아졌고, 관리하는 기계들도 다양하고 편리해졌다. IoT 기술의 발전으로 더더욱 좋아질 것이다. 잘 준비하여 편리하고 효율적인 멋진 집을 만들어보고 싶다.


 

2017년 6월 18일 일요일

거친 삶

토요일 저녁에 본방을 하고, 일요일 아침에 재방을 하는 KBS1방송의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이라는 프로그램을 나는 즐겨 본다. 오늘 아침 방송 내용 중에는 홍콩의 가사도우미 이야기가 나왔다. 30만 명에 달하는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여성들이 홍콩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고 있는데, 그들이 마치 노예와 같은 처지에서 일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들은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 힘든 일을 통해 번 돈을 고향의 가족에게 보낸다고 한다.

EBS의 ‘세계테마기행’도 즐겨보는 프로그램인데, 일요일 저녁에는 주중에 했던 다섯 편의 내용을 연달아 보여주기에 시간이 되면 꼭 보곤 한다. 이번 주에는 엄홍길씨가 히말라야의 여러 마을들을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방송 내용 중에 나오는 짐꾼(쉐르파 sherpa)의 험난한 삶은 이전에 보았던 다른 여러 다큐멘터리에서 익히 보았던 것이지만 마음에 불편함을 준다. 그들은 그런 힘든 일을 하는 이유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도 그랬던 적이 있었다는 것을 나는 안다. 그리고 지금도 우리 주변의 적지 않은 사람들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든 환경에서 자신보다는 가족을 위해 버거운 삶을 버텨나가고 있다는 것도 안다. 잠깐 동안의 행복과 긴 고통. 이 역시 마음을 착잡하게 한다.

얼마나 먼 미래까지 그런 모습들로 인해 마음이 무거워야 할까 생각해본다. 생각 깊은 곳에서 울려 나오는 대답은 이 평화로운 일요일 저녁을 절망으로 물들인다. ‘영원히!’


2017년 6월 16일 금요일

문명의 이기(利器)

여기 내려와 생활하면서 세제를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기름진 음식을 담았던 접시는 세제를 쓰지 않고 닦아 사용하기가 어렵다. 수돗물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일주일여를 살았었지만 많이 불편했다. 우리는 잘 짜여진 문명이라는 이름의 그물 속에서만 자유롭다. 과거의 사람들은 문명의 다른 부분에 이토록 속박되지는 않았던 듯하다. 물론 지금과 같이 문명의 많은 혜택도 없었긴 하지만 좀 더 자유로웠다고나 할까?

문명을 뒤흔들만한 사건에 맞닥뜨렸을 때 우리의 고통은 예전의 그런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다. 며칠 전에 서울과 경기에서 20분간 정전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겨우 20분이였다.

‘미니멀리즘’, ‘단순하게 살기’ 등이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꼭 필요한 것 이외의 것들을 향유하지 않으려는 자세가 우리의 삶을 좀 더 자유롭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미 가진 사람들에겐 가지고 있는 것들 거의 모두가 꼭 필요한 것의 범주에 속해 있다고 여겨질 것이기에 의식적으로 가지지 않은 삶의 방식을 추구해 보는 것이 좀 더 자유로운 삶으로 나아가는데 필요할 것이다.

지금 자신이 느끼기에 좀 부족하고 불편한 생활을 의도적으로 겪어보는 것은 현재의 삶에 의외의 만족감을 가져다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별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 좀 더 장기적으로 그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이지만 말이다.

우리의 시간을 절약해주는 문명의 이기들을 이용해 얻은 시간을 주체하지 못하여 무료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은 별로 필요하지도 않은 것들을 얻기 위해 가장 가치 있는 인생의 요소들을 너무도 많이 낭비하고 있다. 인생의 요소들을 가장 가치 있게 만들어주는 최소한의 문명만을 누리도록 해야겠다.

며칠간 수도꼭지에서 물뿌리개를 채워 텃밭에 물을 주었다. 수돗가에서 텃밭까지 십 수번 왕복하는 것이 무척 힘들었지만 운동이 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어제 읍에 나가서 호스와 노즐을 사왔다. 이제는 가만히 서서 노즐만 좌우로 흔들고 있다. 며칠 후에는 이동식 스프링클러를 사 올지도 모르겠다. 그 다음에는 타이머밸브일까? 아! 채소를 사 먹겠군. 그 다음은 채소를 배달 시켜 먹으려나? 설마 비타민 건강보조식품은 아니겠지?




2017년 6월 15일 목요일

해남의 도서관

화덕을 이용한 음식들을 일상에 곁들이면 삶이 풍성해질 듯하여, 화덕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책이 하나 검색이 되었는데 제법 내용이 많고, 책값도 비싸다. 한번쯤 해남의 도서관에 대하여 알아볼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일단 도서관에서 책의 내용을 확인해보기로 했다. 해남의 도서관 수준도 좀 알아볼 겸해서 말이다.


도서관이라 할 만한 곳은 두 군데이다.
‘해남 군립도서관’은 해남군청 옆에 있는 해남문화예술회관 4층에 있다. 찾고자 하는 ‘화덕의 귀환’이라는 책이 있는지 물어보았는데, 검색해보니 없었다. 주문을 해줄 수 있다고 해서 제목과 저자 및 출판사에 대하여 구매요청서에 적었다. 직원들 모두 친절하고 환경이 좋아 보였다. 더울 때 시원하게 책을 읽을 수 있을만한 곳이다. 하지만 군청 주차장을 이용해야 하는데 많이 번잡하다.



‘해남 공공도서관’은 2층으로 된 단정한 건물에 있고, 1층에 서관이 있어 책을 빌릴 수 있으며, 다양한 문화행사를 주관하는 듯 보였다. 주차하기가 너무 편하고 주변이 조용해서 이용하기 좋을 듯했다. 의외로 이곳에 그 책이 있었다. 회원가입을 하고 책을 빌렸다. 카드를 하나 만들어 주는데, 앞으로 전국의 모든 도서관에서 저 카드 하나로 책을 대여 할 수 있다고 한다. 책을 주로 사서 읽었는데, 너무 비싸거나 소장할 가치가 없는 책은 도서관 이용도 고려해 봐야 하겠다.






‘화덕의 귀환’은 숙소에 돌아와 대충 살펴보았는데 대단한 책이다. 우리나라의 난로나 화덕뿐만 아니라 세계의 다양한 화덕에 대하여 나와 있고, 특히 그림 설명이 잘되어 있어서 이해하기가 무척 편해 보였다. 앞으로 며칠간 탐독하게 될듯하다.


돼지고기 두 근 16,000원, 소고기 한 근 24,000원어치를 사 들고 왔다.
돼지고기는 고추장 양념을 해서 여섯 등분하여 냉동실에 얼린다. 먹고자 할 때 꺼내어 양파, 양배추, 깻잎 등등의 채소를 넣고 볶아주면 200g 1인분의 제육볶음이 될 것이다.



소고기는 국거리를 사왔다. 마늘과 고기를 참기름에 볶다가 국간장과 간장을 넣고 살짝 졸여서 식힌다. 넓은 통에 적당히 얇게 펴서 넣고 냉동실에 얼린다. 미역국이나 소고기무국 혹은 소고기죽을 끓일 때 적당량을 넣으면 깊은 맛을 낸다.



아울러 후식으로 먹으려고 떡과 보리건빵과 토마토를 사왔다. 살을 찌워야 하기에 어떻게든 탄수화물 섭취를 늘이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잘 되지 않는다. 설탕, 물엿, 액상과당, 올리고당, 과당 이런 탄수화물을 많이 먹어야 하는데 맨 날 잡곡밥, 보리건빵, 달지 않은 떡 같은 것만 먹으니 체중이 늘지 않는다. 그런 것이라도 많이 먹어야 할 텐데 그것도 아니니...




오늘은 오랜만에 고기반찬이 올라왔으니 술을 한 잔 하기로 하였다. 후식으로 블루베리를 먹는다. 너무 빨리 익어가서 따 먹는 것이 반이고 땅에 떨어지는 것이 반이다.


2017년 6월 14일 수요일

부모님과 여행

어머니 아버지를 모셔서 해남을 중심으로 여행을 시켜드렸다. 2박3일 일정을 진행 하였다.

목포역 - 달마산 미황사 - 두륜산 대흥사 - 가우도 출렁다리 - 완도 타워 - 다산초당 - 강진 석문공원 - 영암 월출산 천황사 - 나주역

완도 명사십리가 추가되었고, 석문공원과 월출산 천황사가 빠진 2박 3일 일정을 마무리 하였다.


오후 3시 20분에 목포에 도착하신 부모님을 모시고 해남으로 향했다. 해남으로 가는 길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영암을 관통하는 길과 남쪽으로 진도를 스쳐 지나가는 길이다.

영암을 관통하여 강진에서 내려간다.

진도 쪽으로 내려갔다가 동쪽으로 향한다.
몇 가지 장점 때문에 영암을 관통하는 길에서 약간 변화를 주어 해남으로 향했다.


이 길은 광활한 간척지를 지난다. 사진에서 보듯이 쭉 일자로 내달리는 길이 인상적이고, 중간에 활주로와 비행장도 있으며, 너른 평야가 가슴을 시원하게 해준다.

목포 역에서 한 시간 삼십분을 달려 달마산 미황사에 도착하였다. 원래 이곳에서의 일몰을 보려고 하였으나 일몰 예정시간이 오후 7시 30분이여서 저녁식사가 애매해지므로 식사 예약시간에 맞춰 해남 읍으로 돌아 나왔다. 미황사는 사찰 뒤쪽으로 병풍처럼 둘러쳐진 달마산의 기세가 자못 아름다운 사찰이었다.

바위들이 병풍처럼 절을 호위하고 있다.

이쪽으로 해가 진다. 낙조가 정말 아름다울 것이다.

'영일만 소주방식당'은 삼치회를 처음 먹으면서 갔었던 집이다. 너무너무 맛나게 먹은 기억이 있어서 미리 전화를 걸어 요즘 좋은 것이 무엇인지 물어 보았다. 삼치회는 가을 겨울에 먹는 것이고, 요즘 같은 오뉴월에는 병어가 좋다고 하여 병어조림을 주문해 놓았다.
제 철의 싱싱한 병어로 끓인 조림은 정말 맛이 좋았다. 남김없이 잘 드시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흡족하였다.



숙소인 '유선관'에 모셔드리고 농장으로 돌아왔다가 새벽에 대흥사 산책을 위해 일찍 모시러 갔다.
대흥사는 큰 절이다. 새로운 건물이 자꾸 들어선다. 시멘트와 플라스틱이 많이 사용되는 신축 건물들은 웬지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산책 후 부모님이 주무신 '유선관'의 방에서 맞이한 '유선관'의 아침밥상이다. 깔끔하고 맛이 좋으며, 밥상째 들고 들어오는 퍼포먼스에 흥겨워하셨다.



식사 후 농장에 들렀다. 새들이 군침을 삼키는 블루베리를 수확하는 방법을 알려 드리고, 가져 가실만큼 수확하시게 해 드렸다. 한 바가지를 수확하시고는 무척 좋아하신다. 친구가 출근길에 들러 인사를 드렸다. 친구를 맘에 들어 하신다.



요즘 유명세를 타고 있는 '가우도 출렁다리'로 가서 가우도를 한 바퀴 돌았다. 풀과 꽃과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느긋한 산책을 즐겼다. "가우도가 이렇게 관광지가 된 것을 가우도 주민들 중 몇이나 좋아할까?"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가우도에서 가까이 있는 마을 '사초리'는 개불과 낙지로 유명하다. 사초리 포구 바로 옆에 있는 '선창횟집'을 미리 검색을 통해 알아 두었다. 낙지요리를 먹기 위해서이다. 어머님은 낙지요리를 좋아하신다. 낚지 탕탕이와 초무침을 주문하였다. 탕탕이를 안주로 막걸리 한 병을 나눠 마시고, 초무침을 밥 위에 얹어 김가루를 뿌린 뒤 비벼 먹었다. 별미라고 할만하다.





완도 읍에 있는 완도타워로 갔다. 이곳에서는 완도 주변의 거의 모든 섬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멀리 제주도까지도 볼 수 있다.


오후 4시에 입실할 수 있는 펜션이여서, 완도타워에서 휴식을 좀 취한 후에, 근처에 있는 완도중앙시장에 들러 몇 가지 건어물 쇼핑을 한 후에 시간에 맞춰 '완도 Lowa 펜션'으로 갔다. 짐을 풀고, 사장님께서 주신 목련차를 한 잔 마신 후에 명사십리로 바다를 보러 갔다. 명사십리의 모래는 정말 너무 곱다.



점심때 너무 잘 먹어서 저녁은 간단히 해결하고 숙소로 돌아와 잠을 잤다. 아버지와는 자꾸 여러 면에서 부딪히게 된다. 별로 좋아하지 않고, 긍정하고 싶지도 않은 명언 아닌듯한 명언 한 귀절이 생각난다.
아버지가 옳았다는 사실을 깨달을 무렵에는 자신에 반대하는 아들을 하나 쯤 두게 마련이다. -찰스 워즈워드-
새벽 4시 45분에 부모님을 깨워 서둘러 펜션을 나섰다. 일출을 보기 위해서이다. 장보고가 터를 잡고 활동했던 청해진에 올라 일출을 보았다. 너무 환상적이었다. 일출을 많이 보지 못하셨다는 부모님께서 너무 감탄을 하셔서 기분이 좋았다.







아침을 먹기 위해 '완도 Lowa 펜션'으로 되돌아오는 길에 물 빠진 바닷가에서 갯고동을 발견하곤 열심히 주우시는 어머니.
올갱이나 고동을 병적으로 좋아하시는 어머니를 30분 가까이 기다려 드렸다.




'완도 Lowa 펜션'을 택한 이유 중의 하나는 아침식사 제공이었다. 팍팍한 일정에 따로 아침 식사를 하러 움직이기 싫었기 때문이었는데, 멋진 아침 식사를 맞이하게 되었다. 며느리가 좋아할만한 아침 식사라며 말씀하셨지만 뭐 하나 남기지 않고 다 드셨다. 어르신들은 이런 식사를 싫어하실 것이라는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



사장님 내외분께 인사하고 '다산초당으로 갔다.
아! 다산(茶山). 비운의 선비여. 뜻을 펴지 못했기에 뜻을 오래 남겼구나.

어머님은 쉬시고, 아버님은 열심히 방명록에 이름을 남기신다. 
내려오는 길에 선생의 남긴 말씀들을 새긴 돌들이 있는 정원을 지나는데, 새겨진 글귀들의 목록이 철판에 인쇄되어 있었다. 엑기스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원래 일정에 넣어 두었던 석문공원과 월출산 천황사는 취소하였다. 80이 넘으신 아버지께서 피로를 호소하셨기에 귀경을 위해 곧장 나주 역으로 향했다. 바다에서 잡은 갯고동이며, 농장에서 얻은 블루베리, 비파, 매실, 살구와 완도의 시장에서 구입한 멸치와 뒤포리까지 짐에 더해지니 내게 전해주신 된장과 몇몇 물품들을 뺐음에도 불구하고 올 때보다 짐이 두 배는 되었다.
모쪼록 몸살 안 나시길 바랄 뿐이다.

쉰이 다 된 아들이 안락함을 떨치고 변화를 모색하니 이게 웬 날벼락인가 싶으실 것이다. 그 불안함을 좀 잠재워 드리고자 계획한 여행이 무척 흡족하게 마무리 되었다. 나의 계획이 일시의 변덕이 아님을 알게 되셨을 것이고, 이모저모에 안도감도 들으셨을 것이다.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