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우수개소리 삼아 “점심 메뉴 선택하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힘들다.”고 말하곤 했다. 백반, 자장, 짬뽕, 볶음밥, 냉면, 칼국수, 팥죽, 순댓국, 김치찌개, 라면, 뼈해장국, 수제비, 비빔밥, 오징어덮밥, 콩나물해장국, 냉모밀, 우동. 어차피 돌아가면서 선택하고 먹는 것들인데 선택해야 하는 순간에는 고민하게 된다.
여기서는 고민할 필요가 없다. 내려와 있는 동안 최대한 사먹는 음식을 피하기로 마음먹은 터라 선택의 폭이 많이 줄었다. 돼지김치찌개, 된장찌개, 미역국, 참치김치찌게, 콩나물국 중에 선택하면 된다. 많지 않게 준비하려 하지만 하다보면 냄비 가득 끓이게 되고, 네다섯 끼니 동안 먹어야 치워지는 경우도 있다. 한 번 선택하면 최소한 하루 동안은 선택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오늘은 참치김치찌게다. 앞으로 세끼는 먹어야 할 듯하다.
볕이 좋아 빨래를 했다. "삼 년 가뭄에는 살아도 석 달 장마에는 못산다."는 속담이 있다. 이틀여의 흐린 날씨에 눅눅한 기운이 온통 베어들었다. 햇볕도 좋지만 비가 더 내려야 할 텐데 무엇을 바래야 할지 난감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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