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14일 수요일

부모님과 여행

어머니 아버지를 모셔서 해남을 중심으로 여행을 시켜드렸다. 2박3일 일정을 진행 하였다.

목포역 - 달마산 미황사 - 두륜산 대흥사 - 가우도 출렁다리 - 완도 타워 - 다산초당 - 강진 석문공원 - 영암 월출산 천황사 - 나주역

완도 명사십리가 추가되었고, 석문공원과 월출산 천황사가 빠진 2박 3일 일정을 마무리 하였다.


오후 3시 20분에 목포에 도착하신 부모님을 모시고 해남으로 향했다. 해남으로 가는 길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영암을 관통하는 길과 남쪽으로 진도를 스쳐 지나가는 길이다.

영암을 관통하여 강진에서 내려간다.

진도 쪽으로 내려갔다가 동쪽으로 향한다.
몇 가지 장점 때문에 영암을 관통하는 길에서 약간 변화를 주어 해남으로 향했다.


이 길은 광활한 간척지를 지난다. 사진에서 보듯이 쭉 일자로 내달리는 길이 인상적이고, 중간에 활주로와 비행장도 있으며, 너른 평야가 가슴을 시원하게 해준다.

목포 역에서 한 시간 삼십분을 달려 달마산 미황사에 도착하였다. 원래 이곳에서의 일몰을 보려고 하였으나 일몰 예정시간이 오후 7시 30분이여서 저녁식사가 애매해지므로 식사 예약시간에 맞춰 해남 읍으로 돌아 나왔다. 미황사는 사찰 뒤쪽으로 병풍처럼 둘러쳐진 달마산의 기세가 자못 아름다운 사찰이었다.

바위들이 병풍처럼 절을 호위하고 있다.

이쪽으로 해가 진다. 낙조가 정말 아름다울 것이다.

'영일만 소주방식당'은 삼치회를 처음 먹으면서 갔었던 집이다. 너무너무 맛나게 먹은 기억이 있어서 미리 전화를 걸어 요즘 좋은 것이 무엇인지 물어 보았다. 삼치회는 가을 겨울에 먹는 것이고, 요즘 같은 오뉴월에는 병어가 좋다고 하여 병어조림을 주문해 놓았다.
제 철의 싱싱한 병어로 끓인 조림은 정말 맛이 좋았다. 남김없이 잘 드시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흡족하였다.



숙소인 '유선관'에 모셔드리고 농장으로 돌아왔다가 새벽에 대흥사 산책을 위해 일찍 모시러 갔다.
대흥사는 큰 절이다. 새로운 건물이 자꾸 들어선다. 시멘트와 플라스틱이 많이 사용되는 신축 건물들은 웬지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산책 후 부모님이 주무신 '유선관'의 방에서 맞이한 '유선관'의 아침밥상이다. 깔끔하고 맛이 좋으며, 밥상째 들고 들어오는 퍼포먼스에 흥겨워하셨다.



식사 후 농장에 들렀다. 새들이 군침을 삼키는 블루베리를 수확하는 방법을 알려 드리고, 가져 가실만큼 수확하시게 해 드렸다. 한 바가지를 수확하시고는 무척 좋아하신다. 친구가 출근길에 들러 인사를 드렸다. 친구를 맘에 들어 하신다.



요즘 유명세를 타고 있는 '가우도 출렁다리'로 가서 가우도를 한 바퀴 돌았다. 풀과 꽃과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느긋한 산책을 즐겼다. "가우도가 이렇게 관광지가 된 것을 가우도 주민들 중 몇이나 좋아할까?"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가우도에서 가까이 있는 마을 '사초리'는 개불과 낙지로 유명하다. 사초리 포구 바로 옆에 있는 '선창횟집'을 미리 검색을 통해 알아 두었다. 낙지요리를 먹기 위해서이다. 어머님은 낙지요리를 좋아하신다. 낚지 탕탕이와 초무침을 주문하였다. 탕탕이를 안주로 막걸리 한 병을 나눠 마시고, 초무침을 밥 위에 얹어 김가루를 뿌린 뒤 비벼 먹었다. 별미라고 할만하다.





완도 읍에 있는 완도타워로 갔다. 이곳에서는 완도 주변의 거의 모든 섬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멀리 제주도까지도 볼 수 있다.


오후 4시에 입실할 수 있는 펜션이여서, 완도타워에서 휴식을 좀 취한 후에, 근처에 있는 완도중앙시장에 들러 몇 가지 건어물 쇼핑을 한 후에 시간에 맞춰 '완도 Lowa 펜션'으로 갔다. 짐을 풀고, 사장님께서 주신 목련차를 한 잔 마신 후에 명사십리로 바다를 보러 갔다. 명사십리의 모래는 정말 너무 곱다.



점심때 너무 잘 먹어서 저녁은 간단히 해결하고 숙소로 돌아와 잠을 잤다. 아버지와는 자꾸 여러 면에서 부딪히게 된다. 별로 좋아하지 않고, 긍정하고 싶지도 않은 명언 아닌듯한 명언 한 귀절이 생각난다.
아버지가 옳았다는 사실을 깨달을 무렵에는 자신에 반대하는 아들을 하나 쯤 두게 마련이다. -찰스 워즈워드-
새벽 4시 45분에 부모님을 깨워 서둘러 펜션을 나섰다. 일출을 보기 위해서이다. 장보고가 터를 잡고 활동했던 청해진에 올라 일출을 보았다. 너무 환상적이었다. 일출을 많이 보지 못하셨다는 부모님께서 너무 감탄을 하셔서 기분이 좋았다.







아침을 먹기 위해 '완도 Lowa 펜션'으로 되돌아오는 길에 물 빠진 바닷가에서 갯고동을 발견하곤 열심히 주우시는 어머니.
올갱이나 고동을 병적으로 좋아하시는 어머니를 30분 가까이 기다려 드렸다.




'완도 Lowa 펜션'을 택한 이유 중의 하나는 아침식사 제공이었다. 팍팍한 일정에 따로 아침 식사를 하러 움직이기 싫었기 때문이었는데, 멋진 아침 식사를 맞이하게 되었다. 며느리가 좋아할만한 아침 식사라며 말씀하셨지만 뭐 하나 남기지 않고 다 드셨다. 어르신들은 이런 식사를 싫어하실 것이라는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



사장님 내외분께 인사하고 '다산초당으로 갔다.
아! 다산(茶山). 비운의 선비여. 뜻을 펴지 못했기에 뜻을 오래 남겼구나.

어머님은 쉬시고, 아버님은 열심히 방명록에 이름을 남기신다. 
내려오는 길에 선생의 남긴 말씀들을 새긴 돌들이 있는 정원을 지나는데, 새겨진 글귀들의 목록이 철판에 인쇄되어 있었다. 엑기스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원래 일정에 넣어 두었던 석문공원과 월출산 천황사는 취소하였다. 80이 넘으신 아버지께서 피로를 호소하셨기에 귀경을 위해 곧장 나주 역으로 향했다. 바다에서 잡은 갯고동이며, 농장에서 얻은 블루베리, 비파, 매실, 살구와 완도의 시장에서 구입한 멸치와 뒤포리까지 짐에 더해지니 내게 전해주신 된장과 몇몇 물품들을 뺐음에도 불구하고 올 때보다 짐이 두 배는 되었다.
모쪼록 몸살 안 나시길 바랄 뿐이다.

쉰이 다 된 아들이 안락함을 떨치고 변화를 모색하니 이게 웬 날벼락인가 싶으실 것이다. 그 불안함을 좀 잠재워 드리고자 계획한 여행이 무척 흡족하게 마무리 되었다. 나의 계획이 일시의 변덕이 아님을 알게 되셨을 것이고, 이모저모에 안도감도 들으셨을 것이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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