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23일 화요일

시골 부동산

터를 잡아야 한다.
천 평에서 삼천 평 정도 되는 터를 잡아서 집을 짓고 활용할 계획이다.

시골에 기존에 형성된 마을은 좁은 도로와 협소한 주택들로 가득 차 있다.
사시던 분들이 돌아가셔서 빈집이 되어버린 경우도 많고, 점차 늘어가는 추세이다.
벼농사 위주의 농업구조였던 탓에, 사방이 논으로 둘러싸인 곳에 마을이 형성된 경우가 많아서 숲과 가까운 곳을 좋아하는 내 취향에는 맞지 않다.

귀농귀촌의 바람이 시작된 15년쯤 전에는 원주민과의 갈등도 큰 문제였다. 
하지만 지금은 별 문제가 되지 않는 듯하다. 원 주민이 별로 없고, 점점 더 없어져 가기 때문이다. 기계화가 잘 되어 있는 벼농사는 영농법인으로 뭉친 젊은 기업농들이 거의 다 맡아서 하고 있다.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나 도시에 거주하는 지주들은 그들에게 논농사를 위탁한다. 도시지주들은 이곳에서 사시다가 돌아가신 어르신들의 자녀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별하다 할 것이 없는 이런 시골의 전답은 가지고 있든, 팔아버리든 별로 돈이 되지 않는다. 

기계화가 어려운 밭농사는 허리가 굽은 고령의 인력과 외노자들의 노동력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해가 갈수록 고령의 인력이 줄어들고, 묵히는 밭들이 늘어난다고 한다. 기존 마을 인근의 밭은 그나마 덜하지만 마을에서 떨어진 곳의 밭들은 묵힐 수밖에 없다고 한다. 농사를 지어도 인력을 사서 하게 되면 수입이 나지를 않기 때문이다. 

귀농 귀촌의 바람이 15년여를 넘기면서 서울, 경기, 강원, 충북, 충남까지의 땅 값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했다. 서울의 부동산 값이 오른 것도, 전철의 개통으로 수도권 생활권으로 흡수된 것도 하나의 요인일 것이다. 아무튼 많이 올랐다. 

해남으로 귀촌해야 하는 이유를 적어 보았던 적이 있다. 꽤 많은 이유가 그 종이에 적혔는데, 저렴한 땅값도 그 중 몇 번째 이유에 속했었다. 그런데 땅끝마을이라 불리는 것처럼 서울에서 가장 먼 육지인 이곳 땅값도 최근 몇 년 사이에 상당히 올랐다. 

이곳에서는 작은 토지 매물들이 나오면, 동네에서 알음알음으로 알려져서 매매가 되어 버리는 경우가 많다. 부동산 중개업소를 통해 소개 받을 수 있는 매물은 덩치가 커서 꽤 값이 나가거나, 잘 개발되어져 있거나, 주택까지 지어져있어서 같이 구매해야 하는 경우이거나, 펜션 등을 할 수 있는 상업용 부지들이 대부분이다. 

지난 몇 년간 수도권에서 이곳의 부동산을 계속 살피고, 가끔 내려와 답사도 하곤 했지만 살만한 터를 구하기는 어려웠다. 마음 먹고 이곳에 내려와 있는 앞으로 3개월간, 최대한 노력해서 좋은 터를 잡아야 한다. 

오늘은 해남 원주민 두 분께 연락을 드렸고, 인터넷검색을 통해 알게 된 매물 두 개를 보고 왔다. 

하나는 집과 농원이 붙어있는 고가의 매물이었다. 집이 지어진지는 4년이 체 되지 않았고, 농원도 잘 관리되어 있었다. 이런 케이스에서는 왜 매물로 나왔을까를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인터넷을 통한 다양한 검색을 통해서 이 매물이 작년에도 다른 곳에 매물로 나왔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 게시판에서 당시 주인은 어깨질환 때문에 더 이상 관리할 수 없어서 매물로 내 놓는다고 했었다. 당시에 잘 팔리지 않았었던 것 같고, 이번에 내가 본 게시판에 또 매물로 올라온 것이다. 

귀촌을 준비하면서 집과 텃밭을 모시고 사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감당이 되지 않는 판을 벌려 놓고서는 몸을 고생시키는 것이다. 

아름다운 잔디밭을 관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드넓은 잔디밭을 마치 자랑거리인양 보여주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그들의 취향일 수 있지만 나는 결코 그런 잔디밭을 만들지 않을 것이다. 
넓은 텃밭도 그러하다. 농사를 지어서 수입을 얻어야 하는 처지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텃밭도 짐이 된다. 

여하튼 그 매물은 너무 고가이기도 하고, 내게는 불필요한 농원의 값어치까지 더해진 것이었으며, 지어진 집도 내가 원하는 스타일이 아니었음에도 필요이상으로 값어치가 메겨져 있어서 마음을 접었다. 또 다른 몇 가지 이유가 있으나 세세히 밝히기가 쉽지 않아서 넘어가기로 한다.

다른 매물은 육백여평의 땅이다. 토목공사를 해 놓아서 바로 집을 짓기만 하면 되는 곳이었다. 전망도 괜찮은 곳이었는데, 토목공사가 너무 가파르게 되어 있는 듯 했고, 옆에 위치한 원주민 집에서의 전망을 보니 너무 비교가 되어서 꺼려지는 마음이 든다. 일단 후보로 올려놓고, 친구들의 의견을 들어 보아야 하겠다. 



매물에서의 전망
원주민 집에서의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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