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29일 월요일

호모데우스

농장에 물을 준다.
커다란 물통에 지하수가 채워지길 기다렸다가, 스프링클러를 이용하여 한 시간여를 뿌려준다. 다시 세 시간여를 물통이 채워지길 기다렸다가, 다시 한 시간여를 뿌려준다. 농장 전체를 세 등분하여 한 번씩 뿌려준다.

밸브를 열어 물을 주고, 밸브를 닫아 물을 받는 일을 하며 하루 종일 책을 읽었다. 4일째 잡고 있는 유발하라리의 신작 ‘호모 데우스’라는 책을 마무리지었다.

기아와 역병과 전쟁에서 해방된 사피엔스는 불멸(不滅)과 행복(幸福)과 신성(神性)을 획득하고자 내달릴 것이며, 그 과정에서 신성을 획득한 소수의 특권계층만이 역할을 가져 신과 같이 영속하게 되고 그렇지 못한 나머지는 불필요해질 것이라고 말하는 책이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학문과 실험실과 현장을 넘나들며 인류의 현재 모습이 갖춰진 까닭을 말하고, 그와 똑같은 까닭으로 인류가 나아가게 될 길을 예견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의 예견을 하나의 가능성으로 받아들여달라고 말하고 있다.

p542 ... 당신이 이런 가능성들 가운데 어떤 것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런 가능성이 실현되지 않도록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면 된다.
하지만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의 생각과 행동은 대개 현시점의 이데올로기와 사회 시스템에 얽매이기 때문이다. ...

맘모스가 소멸되었듯이 인류가 소멸될 운명에 처할 수 있는 방향으로 미래가 나아갈 수 있으나 우리가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면 다른 결과도 나올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발전, 로봇공학의 발전, 비의식적 지능을 갖춘 알고리즘의 발전, 나노공학과 생명공학의 발전 등이 하루가 다르게 현실화 되고 있다. 그에 따라 현생인류를 그답게 만든 특성인 의식이 설 자리는 점차 좁아지고 있는 듯 보인다. 과연 우리는 소멸하게 될까?

우리는 어떠한 미래를 만들어 나가게 될지 잘 모르겠지만, 난 내일도 농장의 키위나무에게 시간 맞춰 스프링클러를 틀어 줘야 한다. 조속히 비가와서 가뭄이 끝나야 한다.

숙소 앞에서 뜯어온 방풍나물 잎이 제법 먹을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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